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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풍산그룹 회장(한국경제인협회장)이 경북 안동에 세계적 수준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번 공식화했다. 제조업 중심 기업이 레저 사업에 뛰어드는 이례적인 행보의 배경에는 고향에 대한 애정과 정부의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 그리고 산불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의도가 겹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제조 기업이지만 서비스산업에도 관심"
류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전담반(TF) 및 한경협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풍산은 제조 기업이지만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관심이 많다"며 "경북 안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류 회장을 비롯해 관계 부처와 경제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류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시기에 뉴 K인더스트리 시대를 열어가려면 서비스산업 고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종사자 수가 1400만 명, 전체 일자리의 70%를 넘는 만큼 수출과 일자리, 미래 성장을 이끄는 주력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안동 골프장 구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류 회장은 지난 4월 한경협과 정부 부처가 공동 개최한 '민관합동 청년 뉴딜 보고회'에서도 "우리나라가 반도체 등 제조업에선 굉장히 잘하고 있지만 서비스 쪽은 아직 미약하다"며 "안동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골프장을 지을 계획이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오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왜 하필 안동이고, 왜 골프장인가
류진 회장은 1958년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풍산 창업주 류찬우 회장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안동은 그의 고향이자 풍산그룹의 뿌리와도 같은 지역이다. 여기에 최근 안동 지역을 덮친 산불로 지역 경제가 침체된 상황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산불 피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동시에 정부가 강조하는 서비스산업 고도화 방향에도 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구윤철 부총리를 통해 풍산 본사의 지방 이전 추진 소식도 함께 전해지면서, 이번 골프장 건설이 단순한 레저 사업 진출을 넘어 풍산그룹의 거점을 지방으로 옮기려는 더 큰 그림의 일부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풍산은 구리 가공과 방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골프장 등 레저 사업 진출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3. 8000야드 27홀, 톰 파지오가 설계
사업은 아직 기초 검토 단계로, 풍산은 현재 안동시와 관광단지 지구 지정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세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재계에 따르면 새롭게 조성될 골프장은 약 8000야드 규모로, 정규 18홀과 숏게임을 즐길 수 있는 9홀을 더한 총 27홀로 구성될 예정이다. 국내 통상적인 18홀 골프장의 전장이 6000~7000야드대인 점을 감안하면, 8000야드는 세계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드는 초대형 규모다. 모든 코스는 퍼블릭으로 운영되며, 전 홀에 조명 설비를 갖춰 야간 라운드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 설계는 '골프계의 피카소'로 불리는 세계적인 골프 코스 디자이너 톰 파지오가 맡을 예정이다. 파지오가 설계를 맡게 된 데에는 류 회장과의 오랜 친분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4.남은 과제
사업이 아직 초기 검토 단계인 만큼 실제 착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관광단지 지구 지정, 투자 규모 확정, 지역 주민 및 안동시와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그러나 안동 출신 재계 인사가 직접 나서 고향에 세계적 수준의 시설을 짓겠다고 공언한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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